■ 전세계약 가계약 파기 / 가계약금 반환 경험
필자는 최근 신탁등기로 된 신축 빌라에 가계약을 했다가 5일만에 파기하고 가계약금 200만원을 반환받았다.
당시 가계약금 반환 가능여부를 확인하는데에 다른 블로그 글들이 유용했어서 필자의 경험담도 공유하고자 글을 올린다.
우선 필자의 경우, 단순 변심으로 인한 파기는 아니었다.
인기 매물이라는 말에 조급해서 가계약을 한 뒤, 매물을 좀 더 조사하던 중에 그 방이 상당히 위험한 깡통매물이란 걸 깨닫고서, 중개사무소에서 고의적으로 말하지 않는 정보들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판단에 가계약 파기를 요청했다.
중개사무소와 이틀 간 실랑이를 했고, 필자를 단순 변심이라고 몰아갔지만, 사무소 직원들의 정보 설명 의무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항들을 정리해 사무소에 보내자 1시간 뒤 가계약금을 돌려받았다.
■ 가계약금이란? 반환 가능한가?
가계약금은 법에서 명시한 용어는 아니고, 관행적으로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정식 계약서를 쓰기 전에 증거금의 성격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불한다. 단순변심으로 인한 계약 파기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 때 가계약금이 아니라 정식 계약금의 경우, 민법 제565조에 따라 계약금을 보낸 사람은 해당 금액을 포기해야 계약을 파기할 수 있고, 계약금을 받은 사람은 배액 배상을 해야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하지만 가계약은 법률 상 계약 행위가 아니므로 위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다수의 판례에서 가계약 시 본계약의 주요사항(금액, 잔금일, 입주일 등)이 확정된 경우 본계약이 성사되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가계약금 반환을 요청하려면 본계약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필자의 경우 전세가액은 정해졌지만, 정확한 입주일자와 잔금일은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필자는 가계약 시 ‘공인중개사’의 참석 여부이다.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라이센스를 가진 ‘공인중개사’와 사무보조 역할의 ‘중개보조원’ 이 있다.(보통 매물 임장 도와주시는 분들)
이 때 중요한 것이 ‘중개보조원’은 의무교육 4시간만 이수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때문에 중개 권한, 인터넷 매물 광고, 계약 업무 등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대신 계약을 해버린 경우가 많아 2023.04 부터 공인중개사법은 ‘중개보조원은 본인이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중개보조원임을 의뢰인에게 사전에 고지해야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위반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
필자는 가계약을 한 뒤에 이 사실을 알았고, 혹시나 해서 중개인 검색을 해보니 가계약을 진행했던 사무소 직원이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중개보조원‘ 임을 발견했다. (임장 당시에는 본인을 ’대표‘ 라고 소개...)
때문에 필자는 가계약을 했던 당시 ‘중개보조원’만 함께 있었던 점도 꼽으며 중개사무소에 가계약 파기를 요구했고, 성공했다. (이 외에도 다른 위반사항 몇가지가 있어 만약 임대인이 가계약금을 안 해주면 중개사무소에 배상청구를 하겠다고도 고지했다.)
■ 필자의 케이스
○ 등장인물
필자(나)
공인중개사무소 직원A(보조중개원)
공인중개사무소 직원B(보조중개원B, 나한테 ‘대표’ 라고 소개했으나 알고보니 라이센스 없고, 진짜 공인중개사인 사무실 대표는 따로 있었음)
○ 타임라인
월(임장+가계약+ 토요일 본계약 결정) > 목(파기 요청) > 금(파기 재요청 및 가계약금 반환)
○ 에피소드
(월- 가계약)
지난 일요일에 나는 중개사무소에 매물 임장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업무가 좀 서툴러 보이는 직원A가 상담을 하다가 중간에 직원B가 본인이 ‘대표’ 라고 적힌 명함을 주면서 들어와서 상담을 이어갔다. (명함 보고 당연히 사무실 대표인 공인중개사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일반 보조중개원이었다)
이후 매물 임장을 한 뒤 마음에 드는 빌라 방이 있어서, 직원A, B로 부터 설명을 더 듣고서 가계약금 200만원을 임대인에게 보냈다.
이 때 들은 설명은 이러하다.
-해당 빌라(총 호실 19개) 신축, 신탁 등기
-원래 매매용 매물로 내놨었는데 안 팔려서 전세로 내놨다.
-일주일만에 방 거의 다 나갔다
-건축대장 보면서 불법 건축물 아님을 확인
-신탁등기면 부동산등기 상에 ‘신탁원부’ 가 명시되어 있으나, 어차피 계약 시 신탁은 말소될 거라서 ’보는 데 의미가 없다‘ 며 신탁원부는 안 보여줌
(*신탁원부란 임대인이 집을 담보로 신탁회사에게 돈을 빌리면서 쓴 대출 계약서이다)
- 전세가격은 공시가격x126% 이다(보증보험 가입 범위)
- HUG 버팀목 대출 가능 상품이라 안전하다
- 이 매물은 건축주가 전세로 내놓고 나중에 팔지는 않을 거라서 ‘매매가 없다’(?? 뭘 믿고?ㅋㅋㅋ)
- 어차피 대출하는 은행이 심사를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은행 대출이 나오면 안전한 매물이라고 봐도 된다’ 라며 친한 은행원 소개해주려했다..
(그럼 그 많은 전세사기피해자들은 대출 안 받고 들어가서 피해를 봤단 말인가?ㅋㅋ)
다시 정리하고 보니 내가 얼마나 호구같아 보여서 저랬나 싶다.
무튼 위 설명을 듣고서 직원A,B 가 있는 상태에서 가계약을 맺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둘 다 보조중개원이라 공인중개사가 참석한 상태도 아니었다. 보조중개원은 원래 사무 보조 외에 계약 등 직접적인 중개 행위는 금지되어있다)
(화,수 - 쎄함 감지)
임장이 끝났다는 해방감도 잠시.
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 굳이 왜 신탁원부를 안 보여주는가?
- 매매가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때문에 직원A에게 재차 정보를 요청했지만 회피성 대답만 했다. 또 신탁원부는 직접 떼서 보라고 하는 거 보니 본인부터 확인을 안하고 중개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화 내용
쎄함을 느끼고서 결국 직접 신탁원부를 발급받고, 네이버 부동산으로 매매가를 알아봤다.
(신탁원부는 온라인 발급이 불가능하다. 등기소에 직접 방문해서 떼야하는데, 대행서비스사이트가 있어서 13,000원 주고 메일로 받아볼 수 있었다.)
결국 알아낸 정보는 이랬다.
▶(신탁원부)
1)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시 신탁사의 서면 동의서가 있어야 유효하다는 점
2) 계약 시 신탁원부를 제시해야함에도 사전에 중개인님께서 신탁원부를 확인하시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는 점
3) 등기에 명시되지 않았던 무동산 담보 채무금액이 약 50억원 (그럼에도 부동산 등기에는 금액이 명시되지 않는다)
4) 사전에 올려진 매매광고 상 호실 별 매매가를 감안할 때, 전호실에 모두 입주를 하더라도 위 원금도 다 변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여기에 파악하지 못한 이자, 세금 납부 내역도 있을 것이다)
5) 채무액이 남아있을 경우 우선수익자(신탁사)의 채권이 우선하는 점
▶(매매가)
이건 내가 미리 확인안한 것도 참 멍청했다.
네이버에 버젓이 매매 광고가 올라와 있었는데, 전세가와 불과 300만원 차이였다.(정석적인 깡통 전세 매물)
따라서 전세/매매가가 98%에 육박하는 깡통이었다.
위 사실을 깨닫고서 가계약 파기를 요청한다.
(목- 직원A에게 파기 요청했지만 씨알도 안 먹힘)
위 상황을 전달하면서 번거롭게 해드러 죄송하지만 가계약을 파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연히 예상은 했지만 직원A는 직접 와서 ‘대표’(직원B) 와 상담해보라고만 했다. ‘단순 변심’ 은 원래 가계약금 반환이 어렵다고도 했다. (저게 단순 변심으로 보이려나 ㅎㅎ)
(금- 결국 가계약금 반환 받음)
직원A가 계속해서 반환 안 된다면서 임대인한테 가계약 파기 얘기를 안 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공인중개사법'에 근거해서 내가 신고할 수 있는 상황들을 정리해서 중개사무실에 통보했고,
그 후 1시간 뒤 가계약금을 반환 받았다.
■ 위반 사항
필자가 비록 법 관련 전문가는 아니지만, 공인중개사법을 검토하며 중개사무소에서 소홀했던 부분을 아래 처럼 정리해서 보냈었다.
정황 | 위반사항 | 처벌 |
직원B가 '대표'라고 본인 소개하며 본인이 중개보조원임을 밝히지 않고서, 공인중개사가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약 진행 |
제18조의 4 중개보조원의 고지의무 | 제51조(과태료) 과태료 500만원 이하 대상 |
임대인의 재정 안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국세 및 지방세 열람 신청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고지 하지 않음 | 제 25조의 3 임대차 중개 시의 설명 의무 2. 임대인이 납부하지 아니한 국세 및 지방세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잇다는 사항 |
제47조의2에 따라 부동산 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 가능 |
매물에 대한 권리관계가 담긴 '신탁원부'를요청하였는데 볼 필요 없다며 제공하지 않음 | 제25조(중개대상물의 확인ㆍ설명) 1.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ㆍ입지 및 권리관계 |
제51조(과태료) 과태료 500만원 이하 대상 |
매매가가 있음에도 요청 시 답변을 하지 않음 | 제 33조(금지행위) 4.해당 중개대상물의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 그 밖의 방법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 |
제36조(자격의 정지) 자격의 정지 가능 |
실제로 올해 대법원 판례 중, 신탁등기 로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에게 공인중개사가 사전에 '신탁원부' 에 있는 권리관계, 채무액 등을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공인중개사법 제25조.1항을 위반하여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관련 포스팅 덕에 용기를 얻었어서 링크를 올려본다.
https://blog.naver.com/bsopower/223219419994
■ 후기
앞으로는 공인중개사와 접촉할 때 공인중개업 공개 포털에서 직원 현황을 확인하고 가려고 한다.
http://www.nsdi.go.kr/lxportal/?menuno=3063
또 우선 너무 적극적이거나 신축만 보여주는 중개인은 거르려고 한다.
또 빌라+신축+신탁... 이 조건은 거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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